공급망이 생사 가른다… 전담조직 만들며 기업들 안간힘

2022-05-03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연말도 아닌데 지난달에 조직 개편을 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이유였다. 네트워크사업부 안에 있는 전략마케팅팀의 영업전략 기능과 운영팀의 GOC(수요 예측 및 생산량 할당) 기능을 합쳐 ‘BO(Biz Operation)그룹’이라는 독특한 조직을 신설했다. BO그룹은 사실상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류대란 등으로 공급 역량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 생산 우선순위 조정 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시장 상황의 예측 정확도 등을 높여 다양한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공급난, 공급망 리스크가 기업을 궁지로 몬다.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가 하면, 소비가 침체하는 일이 벌어진다. 공급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목숨을 좌우하는 사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기업들은 사활을 걸었다. 서둘러 전담 조직을 만들거나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인력을 확충하고 나섰다.

공급망 위기는 이미 산업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국내 수출기업 1094곳을 조사했더니 85.5%가 공급망 위기에 따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물류 지연, 운송비 폭등 등의 물류난(35.6%)을 지목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채산성 악화(27.8%), 특정 지역 봉쇄에 따른 피해(16.9%)가 뒤를 이었다.

 

(자료: 한국무역협회)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언급했다.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의 대외 변수로 불거진 물류·부품 수급 문제가 생산과 출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판매가격 연동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1분기에 최대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 역시 ‘관리 프로세스’ 덕을 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BO그룹 말고도 4개 조직을 지난해 말에 신설했었다. 경영지원실 산하 ‘공급망인사이트 전담팀(TF)’, 스마트폰(MX)사업부 산하 ‘구매전략그룹’,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산하 ‘글로벌 운영팀’, 생활가전사업부 산하 ‘원가혁신TF’가 그것이다.

이 조직들은 각국의 정책 변화를 비롯해 반도체·원자재 공급망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미리 정보를 파악한다. 이를 매주 작성하는 보고서에 담는다. 이 보고서는 여러 부서에서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밑그림’ 역할을 한다.

공급망 위기가 길어지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예 주요 원자재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원자재 시황에 따라 손해와 이익을 자동 산출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먼나라 얘기인 곳도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그렇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기업 4곳 가운데 1곳은 “실질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답했다.

출처:공급망이 생사 가른다… 전담조직 만들며 기업들 안간힘-국민일보 (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