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포함 러 비제재 국가들도 대러 수출 40% 급감…54개국 분석
2022-06-28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러시아 수출이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한 서방 국가 뿐 아니라 중국 등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대해 보도했다.
54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약 두 달만에 제재국의 러시아 수출은 약 60% 감소했다. 이와 함께 비제재국의 수출도 약 40% 줄었다. 이 연구의 선임 연구원 마틴 초르젬파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이용 가능한 데이터는 올 4월30일까지기 때문에 분석 결과에는 현재의 상황은 담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5월 말까지 중국 전용 데이터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 수입의 4분의 1을 공급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수준이었지만 침공 이후에는 급감했다. 초르젬파는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 발표한 파트너십을 언급하며 “시 주석의 ‘한계 없는’ 협력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침공 이후 러시아의 수입 감소에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서방의 제재 이후 러시아 경제에 대한 엇갈린 전망을 더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제재 초기 급락했다가 반등했는데, 심지어 침공 이전보다 더 강세를 보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1달러를 사려면 약 53루블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에는 약 80루블이었다.
세계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일부 국가를 상대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루블화의 가치 상승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루블화 가치 상승은 러시아의 수입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화가치 상승이 러시아에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최근부터는 금리 인하 등 정책을 통해 치솟은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조절하고 있다. 초르젬파는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통해 자금을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제재국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살 수 없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징후들은 이미 나타났다. 러시아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와 가즈는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84%, 57% 감소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IE 비즈니스스쿨의 러시아 경제분석가인 막심 미로노프는 이것이 제조업체들이 수입 부품을 구매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 경제가 수입과 씨름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고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제학 교수 올레그 잇츠코키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붕괴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이슈가 누적되고 재정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상당한 경기 침체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는 처음에는 러시아의 군사 및 첨단 기술 경제가 계속 기능하는 데 필요한 부품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일부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입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실제 중국의 대러 수출 급감은 이러한 우려를 잠재웠다.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공급으로 서방을 화나게 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유럽 기술에 대한 접근권과 그 기술을 활용한 상품들을 팔 수 있는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잃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재 중 한 조항은 다른 나라들이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미국 기술을 계속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파는 것을 금지한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칩 제조를 위해 미국의 도구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하락세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외국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르젬파는 “이러한 기업들은 세계 경제에 연결될 필요가 있으며 아마도 베이징이 아닌 자국 기업 본사의 지시를 따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러 수출이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유럽의 중국 상품 구매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중국에 나쁜 소식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공급을 망설이는 것이 계속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