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뒤처진 日…세계 최대 대만 TSMC 공장 유치 노린다

2020.07.19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을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기존의 일본 기업 간 연대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 반도체 생산 경쟁력이 뛰어난 외국 업체와 일본이 강점을 가진 소재ㆍ부품ㆍ장치 업체 간 국제 연대를 지원하는 방향이다.

일본은 그 첫 대상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생산의 51.5%(2분기 전망치)를 차지하고 있는 TSMC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TSMC가 도쿄대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미ㆍ중 무역갈등 속에서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로 하는 등 거점 전략을 바꾸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지을 경우 정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이런 반도체 국제 연대에 향후 수년간 1000억 엔(약 1조1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삼성전자나 미국ㆍ유럽의 반도체 메이커와 국제 연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주요 소재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있고, 한ㆍ일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는 현실화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4일 일본 도쿄 인터시티홀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재팬'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해 9월 4일 일본 도쿄 인터시티홀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재팬’에서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세계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큰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과 대만세에 밀려 급격히 시장 점유율을 잃어갔다.

이후 일본은 히타치·NEC 등 기존 업체들의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는 ‘히노마루(일장기) 연합’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대규모 시설 투자와 막대한 연구ㆍ개발비 싸움에서 뒤지면서 사실상 사업에 실패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42%), 미국(28%), 한국(18%), 중국(11%)의 무대다. 반면 일본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통신용 반도체 생산 공장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수입품에 의존하던 일본은 미·중 관계 악화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특히 5G의 빠른 발전에 따라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런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국제 연대를 내놓은 셈이다. 여기엔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의 ‘온리 원(only one)’ 소·부·장 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