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이폰 금지령 확대’ 소식에 애플 주가 이틀 급락…시총 250조원 증발
2023.09.08
중국 내에서 아이폰 금지령이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에 애플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2000억달러 증발했다. 애플이 다음 주 아이폰15를 출시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2% 하락한 177.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3.6% 하락한데 이어 이틀 연속 급락한 것이다. 올해 사상 최초로 3조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은 이틀 만에 약 1900억달러(약 253조원)가 증발해 2조7760억달러로 줄었다.
애플 주가가 떨어진 데는 중국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 금지령이 확대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가 일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한데 이어 이날 블룸버그도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정부 기관이 직원들에게 직장에 아이폰을 가져오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이 매체는 중국이 기존에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정부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내린 아이폰 금지령을 국영기업과 정부 지원 기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애플 기기 금지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으로 확대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공식 명령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직장 내 사용을 금지하고 일부는 직원들이 애플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이와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애플의 매출 약 20%를 차지하는 시장과 대부분의 주요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에서 애플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뱅크 캐피털의 브랜든 니스펠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중국 경제에서 갖는 중요도를 감안할 때 회사가 중국 정부의 규제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는데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금지령은 미국과 중국의 최첨단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며 미국이 내놓은 대중국 제재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등의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반도체 장비 판매와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 제재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중국은 중앙 정부기관과 국영기업들에 2년 이내에 해외 브랜드 PC를 자국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중국이 자국의 최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취해지는 것이다. 최근 화웨이는 자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생산한 7나노미터(nm) 칩을 탑재한 신형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가해진 후 지난 3년 동안 새로운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형 스마트폰 출시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화웨이는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이에 대해 자국이 미국의 제재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도 화웨이가 자국의 최첨단 칩을 활용한 것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국 당국의 아이폰 금지령 시기가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이날 애플의 약세로 인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 가까이 하락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한 개의 나쁜 사과(애플)가 다수의 메가캡 기술주 집단을 망치면서 나스닥이 떨어지고 있다”며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에 매우 의존적이며 당국의 단속이 강화된다면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거대 IT 기업들에게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금지 효과가 너무 부풀려졌다”며 “큰 소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12개월 동안 중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약 4500만대의 아이폰 중 50만대 미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